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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학

외상성 뇌손상 (Traumatic Brain Injury) 환자의 수면-각성 장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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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상성 뇌손상 (Traumatic Brain Injury, TBI) 이후 수면-각성 장애는 매우 흔하며 지속적인 후유증 중 하나입니다. 경증에서 중증에 이르는 다양한 TBI 환자들이 급성기와 만성기 모두에서 과도한 주간 졸림증, 수면 요구 증가, 불면증, 수면 분절 등을 호소합니다. TBI 환자에서 수면장애를 적극적으로 식별하고 치료하는 것은 기능적 회복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. 이 글에서는 TBI 환자의 수면-각성 장애에 대한 임상 양상, 평가 및 치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.

1. 역학 (Epidemiology)

TBI는 수면장애 발생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입니다. 경증 TBI 후 첫 10일 이내에 성인의 약 1/3이 수면-각성 문제를 호소하며, 6주 후에는 50%까지 증가합니다. 중증 TBI의 경우 유병률이 더 높아 급성기에 84%, 손상 1개월 후에도 66%에서 수면-각성 장애가 지속됩니다.

만성기 (손상 3개월 이후)에 생존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수면 문제로는 불면증 (50%), 수면 유지 어려움 (50%), 수면다원검사상 수면효율 저하 (49%), 조기 기상 (38%), 악몽 (27%) 등이 있습니다.

2. 병태생리 (Pathophysiology)

TBI 후 수면-각성 장애의 병태생리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, 일부 기전은 다음과 같습니다:

  • 시상하부의 오렉신 (Orexin) 신경세포 감소
  • 복외측 회백질 (Ventral Periaqueductal Gray), 청반 (Locus Coeruleus), 기저전뇌 (Basal Forebrain), 유두체멍쪽핵 (Tuberomammillary Nucleus) 등 각성 촉진 영역의 손상
  • 멜라토닌 (Melatonin) 분비 변화
  • 뇌 미세출혈이나 축삭 손상 등 구조적 이상

3. 임상 양상 (Clinical Features)

TBI 후 가장 흔한 수면-각성 장애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:

  • 과도한 주간 졸림증 (Excessive Daytime Sleepiness): TBI 환자의 50-80%에서 보고됨
  • 수면 요구 증가 (Pleiosomnia): 24시간 동안 상해 전보다 2시간 이상 더 자야 함
  • 불면증 (Insomnia): 입면 지연, 수면 분절, 조기 기상 등을 포함하며 경증 TBI 후 더 흔함
  • 일주기리듬 수면-각성 장애 (Circadian Sleep-Wake Rhythm Disorder): 불규칙한 수면-각성 패턴, 지연된 수면 위상 등
  • 수면 중 이상 행동: 렘수면행동장애 (REM Sleep Behavior Disorder), 몽유병, 이갈이, 야뇨증 등
  • 수면호흡장애 (Sleep-Disordered Breathing): 폐쇄성수면무호흡증, 중추성수면무호흡증 등

또한 우울증, 불안장애, 외상후스트레스장애, 만성 통증 등의 동반 질환도 수면 문제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.

4. 평가 (Evaluation)

TBI 환자에서 수면-각성 장애를 평가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야 합니다:

  • 다양한 수면 영역 (수면의 질, 잠복기, 지속시간, 주간 기능 등)에 대해 체계적으로 병력청취
  • 주간 졸림 정도를 Epworth Sleepiness Scale 등의 설문지로 정량화
  • 수면 일지나 액티그래피를 통해 수면 습관과 패턴을 파악
  • 정신과적 동반 질환 (우울증, 불안장애, PTSD 등) 선별
  • 약물 복용력 및 물질 사용력 확인
  • 필요 시 야간수면다원검사, 반복수면잠복기검사 등 객관적 검사 시행

특히 TBI 환자들은 불면증은 과대평가하고 주간 졸림과 수면 요구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, 주관적 호소와 객관적 검사 결과 간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.

5. 치료 (Treatment)

TBI 후 수면-각성 장애의 치료는 주된 증상이나 확인된 특정 수면장애,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집니다.

  • 과도한 주간 졸림증: 기저 원인 교정 (우울증, 수면무호흡증, 수면부족 등), 약물 치료 (모다피닐, 아모다피닐, 메칠페니데이트 등), 아침 광치료
  • 불면증: 인지행동치료, 수면위생 교육, 악화 요인 교정, 필요시 약물치료 (멜라토닌, 벤조디아제핀계 등)
  • 일주기리듬 수면-각성 장애: 수면-각성 습관 교정, 광치료, 멜라토닌
  • 렘수면행동장애: 수면 환경 개선, 클로나제팜, 고용량 멜라토닌
  • 폐쇄성수면무호흡증: 양압기 치료, 체중 감량 등

TBI 환자에서는 인지 장애로 인해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고 동반된 정서 장애가 흔하므로, 치료 시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.

결론 (Conclusion)

외상성 뇌손상 후 수면-각성 장애는 흔하고 삶의 질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. 과도한 주간 졸림증, 수면 요구 증가, 불면증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, 일주기리듬 장애나 수면 중 이상행동, 수면호흡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. 외상 후 수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합니다.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을 증상과 장애 유형에 맞게 선택하되, 인지 기능 저하와 정신과적 동반 질환을 고려해야 합니다. 수면-각성 주기의 조절은 TBI 환자의 전반적 회복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, 의료진의 관심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.